[발리 여행] 해돋이를 보기 위해 떠난 발리 화산 Mount Batur 등반 여행

by ThePupil
발리화산

여행 마지막 날, 새벽 발리 화산 등반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바투르 (Mount Batur)를 등반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는 교통편+ 가이드 패키지를 구매한다. 특히나 본인처럼 산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가이드는 필수다. 마운트 바투르를 성공적으로 등반하기 위해 주의사항과 준비물을 알아보자.

 


 

[개요]

 

교통편: 패키지 활용하여 한대당 Rp 500,000 지불 (4명에서 나눠서 지불)

비용: 가이드 비용(음식 포함 여부, 시간별로 상이), 산 입장료 Rp 100,000~ 200,000

언제: 우기 때는 정상에 구름 때문에 해돋이를 못 보기 때문에 건기 때 방문 추천

소요시간: 등반시간 2시간, 하산 시간 1시간 반

누구: 평소 등산을 좋아하고, 화산 등반을 해보고 싶은 분 (가장 최근 용암 분출 2000년)

준비물: 방수되는 긴팔 옷 (정상에서는 춥다), 등산화 (최소 운동화), 물 및 에너지바, 우산

 

[조금은 낯선 등산]

 

발리 여행 내내 자연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이번 등산 역시나 다르지 않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2시에 숙소에서 출발해 새벽 4시에 산 밑에 도착했다. 칡흙 같은 어둠 속에서 내 몸은 계속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아름다운 해돋이가 있을 거라는 과장된 기대를 말미암아 억지로 몸을 풀고 등산을 시작했다.

발리 화산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 산 느낌이 매우 다르다

 

실제로 활동 중인 화산을 등반한 것은 처음이라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한국의 산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땅이 매우 건조하고 주변에 나무들도 많지 않다. 그나마 숲이 미약하게나마 형성되어 있는 산기슭을 벗어나면, 성인의 평균 피보다도 작은 나무와 풀들로 이루어진 길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이때 길이 각양각색의 거친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평평하지 못하고,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산 정상에 가까워 지면 모래 입자가 매우 미세해져 발이 푹푹 빠지기 시작하므로, 발목까지 올라오는 운동화나 등산화를 가져갈 것을 추천한다.

본격적으로 등산하기 전에 가이드들이 하나의 탑 앞에서 산을 다스리는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 높이 약 1717m 정상까지 도착하기 위해 한번 휴식 취하고 꾸준히 오르면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새벽 4시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 때문에 더 빨리 오르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그 인파가 각자의 플래시 라이트를 들고 일렬로 등산하는 모습을 보며, 마치 지하 개미집에서 먹을 것을 찾으러 떼 지어 올라가는 개미들 같았다. 묘하게 겸허한 마음이 생겼다.

 

[산 정상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리는 것이다]

 

중간에 에너지바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6시쯤 산 정상에 무사히 도착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날씨가 안 좋아 구름 안에 갇혀있었다는 것. 전날 일기예보를 확인했을 때도 날씨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해를 볼 수 있을까 걱정했었지만, 가이드는 발리 날씨는 항상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기 때문에 예보를 믿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또한, 건기이기 때문에 구름이 끼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걷힐 것이라고 장담했다.

발리 화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하는 안개

 

낚였다. 고생 끝에 도착한 정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구름이 껴있었고, 해가 뜨기로 한 6시 반까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안 그래도 추운 산 정상에 습기와 바람이 동반돼 체감온도를 더욱 낮췄다. 오죽하면 앞에 있던 남정네 세명을 서로 껴안으면서 망연자실 해가 뜨길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래도 조금만 기다리면 나오겠지… 라는 헛튼 희망 때문에 6시 45분까지 기다렸지만, 역시나 춥고 배고프기만 했다. 꼭 따듯한 상의를 챙겨가도록 하자 (플리스 정도..) 히말라야 영화에서 한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허락하는 것이라는 말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가이드님께서 산신님에게 제대로 기도를 안 드렸나?

정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의 뜨거운 수증기를 이용해 만든 삶은 달걀, 바나나, 그리고 빵을 제공받아먹었다. 나는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 준비해온 스니커즈를 먹는데, 몸이 춥다 보니 나의 눈은 거지의 갈망을 품고 따뜻한 삶은 달걀을 멀리서 주시하였다.

 

[산은 내려가는 것이 또 다른 시작이다]

 

보통 산은 정상에 오르면 힘든 것은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산악사고의 대부분은 하산할 때 일어난다는 사실. 특히나 마운트 바투르 같은 발리 화산 하산 시에는 지질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내려가면서 구름에서 벗어나서야 산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2000년도 분출되어 마그마의 영향을 받은 곳은 생명의 흔적이 없었다. 푸른 화구호 역시 보이기 시작했을 때 사진 한번 찍었다.

다 내려왔을 때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예보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 왔던 것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지 않도록 도와줬다. 발리에서는 열대성 호우가 자주 내리지만, 산기슭이어서 그런지 이번 비는 몇 시간 동안 내렸다.


화산이어서 그런지 확실히 우리나라 산과는 다른 느낌이기에,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굳이 해돋이를 보러 갈 필요는 없지만, 낮이 되면 더워서 등산하기 힘들고, 일찍 돌아와서 마사지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정말 꿀맛이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필자가 선택한 4시간 코스 이외에도 화구호를 둘러볼 수 있는 8시간 발리 화산 등반  코스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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