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부터 부지런히 한남동 디뮤지엄 헤더윅 스튜디오 전시를 다녀왔다. 본래는 예스 24에서 제공하는 입장료 공짜 행사 기간을 놓쳐 표값을 지불하고 관람했지만,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전시였다.
토마스 헤더윅은 영국의 대표 디자이너로, 런던 올림픽 참여국들의 성화를 모아 가마솥 모양의 큰 성화를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이런 작품을 탄생시킨 그의 스튜디오의 일하는 방식과 기타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 전시를 조금더 풍요롭게 즐기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키워드를 정리했다.
[개요]
소요시간: 오디오 가이드 (앱 다운시 무료) 전체 청취하면서 관람 1시간 반
비용: 원가 8000원, 온라인앱 가입자 6000원, 디뮤지엄 멤버십 5000원 (일 회 구매시 재입장 가능)
찾아가는 길: 한남오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약 300미터 도보로 이동. 택시 추천
주의사항: 주말 늦게가면 줄이 길기 때문에, 아침일찍 혹은 평일 방문을 추천
[토마스 헤더윅]
토마스 헤더윅은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보석 공방에서 지내며 일찍이 본인의 상상을 실물로 실현시키는데 익숙했던 그는,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과 영국 왕립 예술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다. 학업 기간 중 만든 작품들이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일찍이부터 유명세를 얻었다는데, 이때 만난 멘토 Terence Conran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두 사람의 이력을 비교해보면 비전통적인 분야에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발상을 실현하여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큰 틀이 일치한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1994년 설립했다. 이후 상하이 엑스포 런던 파빌리온, 런던 올림픽 성화 디자인 등 국가적 상징성 띄는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영국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발돋움한다. 20년동안 꾸준히 비전통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성공시켜 명성을 쌓은 그의 스튜디오는 현재 180여명의 건축가, 엔지니어,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과학같은 디자인 디자인 같은 과학]
한 때 과학의 실용주의와 디자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대치되는 개념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할 때 대부분 실용적인 가치가 우선시 되었는데, 최근 들어서 그 관계가 재정의 되고 있다.
츠타야 서점을 탄생시킨 마스다 무네아키는 그의 책 지적자본론에서 더 이상 디자인이 “기능성 + @” 로 여겨지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의 선택에 기능성만큼이나 디자인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지적 자본론 요약 페이지]
헤더윅은 한단계 더 나아가 디자인과 기능을 상호보완적 관계로 정의하는 것 같다. 각 프로젝트마다 소재와 Operation 효율화를 극대화하면서도 새롭고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런던 버스 레노베이션, 자동으로 움크리는 다리, 바이오 발전소 레노베이션 등. 아름다움을 추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와 효율화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효율화를 했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더 의미가 있었던 프로젝트.
[익숙한 곳에서야 말로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다]
우리는 창조, 창의적인 디자인을 생각할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헤더윅 스튜디오가 보여준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팽이? 의자도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의자에 질문을 던지면서 탄생했고, 런던을 걸으면서 익숙해진 통풍구의 삭막함에 반기를 들어 사람들에게 신선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하는 환풍구가 탄생했다.
익숙함 속에서 변화를 볼 수 있는 눈, 이것이야 말로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다름을 위한 다름이 아닌 이유있는 다름]
디자인이나 패션 관련 전시를 볼 때 항상 거리감이 느껴졌다. 변화를 위한 변화라는 철학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새로운 유행이 필요해서 짧은 치마 대신 긴 치마를 선택했고, 안해본 시도를 해보기 위해 어깨뽕을 넣었고… 새로움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변화 이면에 납득할 수 있는 논리나 감정이 없다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헤더윅 스튜디오 전시는 그런의미에서 공감하기 비교적 쉬운 전시였다. 물론 헤더윅 스튜디오도 새로움과 다름을 추구했다. 모래언덕에 있는 카페, 상해 도시내에서 작업중인 모간산 등의 프로젝트에서 순수하게 친환경적인 목적으로 디자인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각 프로젝트의 새로움 뒤에는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논리와 감정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여있다. 런던의 적막한 감정을 일으키는 구역에 조금이라도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작한 가든 브릿지 프로젝트, 브랜드 이미지 향상 효과를 노린 봄베이 사파이어의 방문센터 등이 예시다.
[마치며…]
마지막으로는 헤더윅의 TED강연영상을 남긴다. 약간 프레젠테이션이 중구난방인 느낌도 있지만, 본인이 왜 소재에 집중하는지 그리고 디자인 스튜디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디자인을 접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분야와 방법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그 트렌드에 앞장서고 싶은 분이라면 이 전시를 꼭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