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 동안 블록 체인 기술 및 가상 화폐에 대해 공부를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한지 어느덧 몇 달이 아닌 몇 년이 지났다. 대학원생일 때는 투자할 돈이 없었기에, 스스로 동기부여 하기 어려웠다. 지금도 여전히 돈은 없지만, 스쳐가는 월급이라도 있기에 인터넷 강의와 여러 가지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블록 체인 기술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한 때 가상화폐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아래는 필자가 그 공부 과정에서 읽게 된 책 중 하나인 Bubble or Revolution (아직 한국어 번역본은 없다) 를 요약한 글이다.
[Overview]
저자: Neel Mehta, Adi Agashe, Parth Detroja
내용 줄거리:
이 책은 필자 스타일에 맞게 글의 목적을 책의 첫 장에 서술한다:
We want to teach you how crypto works, where it’s useful, and where it isn’t
가상 화폐 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어떤 분야에 유용한지 vs 유용하지 않은지를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
저자들은 더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가상 화폐 및 블록 체인 기술이 버블인지 혁신인지 스스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필자 개인적으로 블록 체인 및 가상 화폐에 나와 있는 책 중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 이면의 이론, 미래 방향성을 간단 명료하고 복합적으로 제시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책인가?]
Target Reader 1: 가상 화폐 및 블록 체인 기술 에 투자를 고민하는 비 전문가
필자와 비슷한 상황의 독자다. 절대 전문가가 될 욕심은 없지만, 마음 놓고 투자할 정도의 지식을 겸비하고 싶은 사람. 컴퓨터 공학쪽에 가까운 블록 체인 기술 이면의 작동 원리 보다는 실제로 사용된 비즈니스 사례 및 현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한 사람. 이런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다.
Target Reader 2: 가상 화폐 및 블록 체인 기술 을 깊게 파고 싶은데 시작점을 찾지 못 한 자
이 책은 블록 체인 기술 및 가상 화폐를 깊이 있게 파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여러 가상 화폐의 기술적인 맹점, Ecosystem 에 대한 설명 등 본인이 ICO (Initial Coin Offering)에 참여하고 싶거나 Mining 관련 업무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 한 권으로는 원하는 정보를 모두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전문가가 되기 위한 여정의 시작점으로는 충분히 매력 있는 책.
[Key Point 요약]
Key Message 1: 안정적인 사회에서는 가상 화폐 / 암호 화페가 상용화 되기 어렵다.
저자들은 가상 화폐 / 암호 화폐가 상용화 되기 위해서는 결국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존 화폐에서 전환할 동기와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방법은 (더욱 더 많은 온라인 거래소 및 보관 방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있지만 동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불안정한 사회, 예를 들면 기존 화폐 hyper inflation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암호 화폐를 사용할 동기가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회가 많지 않고, 이미 그런 국가에서는 달러 등의 안정성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가상 화폐 / 암호 화폐는 기존 화폐보다 사용하기 불편하다
가상 화페를 마음 편하게 소유하기 Private key/public key, 블록 체인 기술, 여러 가상 화폐 / 암호 화폐의 장단점들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자율과 같은 기본적인 금융 지식도 부족한 대부분의 대중에게는 높은 장벽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인구의 2/3은 이자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일반 사람들의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 결제 부분에서도 결제 속도, 가맹점 수 등 실용성이 떨어진다.
한 번 이뤄진 거래는 취소할 수 없다
가상 화폐의 또 다른 치명적 단점은 거래가 irreversible 하다는 점이다. 즉, 코인 소유주가 실수로 잘못된 디지털 지갑으로 돈을 보냈거나, 계좌가 해킹 당했을 시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하지만 기존 화폐를 사용한다면 정부나 은행이 이런 부분으로부터 어느정도 보호해 줄 수 있다.
가치 변동이 심하다
2018/2019년 가상 화폐 거품이 빠진 이후에도 비트 코인을 포함한 가상 화폐의 가치는 매일 매우 큰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기존 화폐 가치에 비해 10배 이상의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도 있다.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돈이 짧은 시간에 디지털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높아 보이는 한 일반인들이 기존 화폐에서 암호 화폐 / 가상 화폐로 갈아탈 이유는 없다.
Key Message 2: 본연의 decentralization 핵심 가치에서 멀어지는 가상 화폐 / 암호 화폐가 앞으로 상용화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자들이 그렇다고 가상 화폐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책에서도 국제 송금 등 기존 시스템이 비효율적인 부분에서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서 정리된 개인 사용자 입장에서의 가상 화폐 문제점들이 해결되어야 하고, 국가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이는 Satoshi Nakamoto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비트코인을 만들 당시 생각한 핵심 가치중 하나인 화폐의 decentralization에 반하는 대목. 그 근거로 국가들이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통화 발행권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과, 정부 규제를 통해 높은 가치 변동성 등 가상 화폐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가상 화폐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편리함과 투자 가치에 관심이 있지 decentralization에 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주장한다.
Key Message 3: 블록 체인 기술 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을 설득하고 ecosystem의 buy in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들은 블록 체인 기술이 상용화 되기 위해서는 기존 stakeholder buy in 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사례로 Private 블록 체인이 성공적인 사례들이 많은 반면, Public 블록 체인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는 점을 제시한다.
블록 체인과 같은 플랫폼 기반 기술은 항상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즉, 공급자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많으면 사용할 것이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공급자가 많으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개인 회사에서 개발하는 블록 체인은 회사에서 강제로 근로자나 파트너 업체들에게 사용 하도록 할 수 있기에 이런 문제가 적은 반면, Public 블록 체인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Private 블록 체인은 중앙 기관이 legitimacy를 쉽게 보증할 수 있지만 Public 블록 체인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legitimacy가 보장된다. 책에서 사용한 예시가 밴드 이름 저작권 블록 체인이다. 이 블록 체인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전 세계의 있는 모든 법정과 밴드가 이 블록 체인을 사용해야만이 그 정당성과 효과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즉, 만약 미국 법정에서 이 블록 체인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영국의 밴드가 이 블록 체인을 근거로 미국 밴드에 소송을 걸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
이 같은 이유로 많은 기술과 마찬가지로 결국 블록 체인 기술도 상용화 되기 위해서는 기존 사용자들의 buy in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필자 의견]
필자는 이 책 이전에 조금더 technical한 책들을 읽었기에, 이 책에서 사회적 경제적인 영향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필자가 원하는 대답을 모두 얻은 것은 아니지만, 블록 체인 기술과 가상 화폐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결국 기존 화폐를 사용하는 일반인과 국가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특히 개인 사용자가 느끼는 문제점 – 높은 가치 변동성, 불편한 결제 시스템 – 등은 분명 가상 화폐가 상용화 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물론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기술들이 출현할 수도 있다. 필자도 지속적으로 블록 체인 기술과 가상 화폐에 대한 뉴스를 구독하며, 투자 비중을 조절해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