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석사생의 미국 시카고 대학 장단점 분석

by ThePupil
미국 시카고 대학

“Where Fun Comes to Die” 미국 시카고 대학 재학생들이 학교 소개를 할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 피식 웃었지만, 이제는 씁쓸하게 웃을 뿐. 필자는 애초에 fun 한 사람이 아니였기에 잃을 것도 없었지만, 그 얼마 있지 않은 fun마저 흔적 없이 사라지는데 한 쿼터도 걸리지 않았다. 사라진 것이 fun만이 아니다. 건강, 친구와의 이유 없는 한잔의 여유, 비 오는 날의 막걸리와 파전, 월급 뽕… 물론 잃은 것만큼 얻는 것도 있다.

지금은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현재 재학 중인 미국 시카고 대학 (University of Chicago)의 장단점에 대해 학생의 입장에서 써보고자 한다. 직장을 다니느라 정신없을 때는 어디든 되면 감지덕지라는 마음으로 지원하고, 합격한 곳 중에서 가장 평이 좋은 곳을 선택했는데 지금 준비 중이신 분들은 조금 더 많은 것을 고려해봤으면 하는 마음에 이번 글을 준비했다.

 

미국 시카고 대학

유명 학자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학생 식당

 

[미국 시카고대학교 Sales pitch와 필자의 핀잔]

 

저희 학교는 전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학교 중 하나입니다 (통계마다 다르지만, 항상 Top 5). 각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교수진에게 배우고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특히나 박사 지원하실 분들은 좋은 교수에게 받는 추천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죠?

 

–     크게 비판할 내용이 없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교수진에 있다. 학생 수도 기타 비슷한 수준의 학교들에 비해 작아서, 교수와 친분을 쌓기에도 유리하다. 다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교수가 천재고 연구를 잘한다고 해서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쉽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에, 저명한 교수님들이 하는 수업들이 따라가기 힘들 때가 많다. 또한, 전체 학교 노벨상이 많다고 해서 모든 분야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시카고 대학의 경우 경제학, MBA, 수학 쪽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희 학교는 시카고 시내로부터 기차로 20분이면 도착합니다. 언제든지 공부하다 지치면 시카고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돌아올 수 있죠! 맛집도 많고요! 이렇게 훌륭한 study– play balance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학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     빛 좋은 개살구다. 분명 시카고 시내가 20분 거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그 시내로 놀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나마 시간이 있을 때는 날씨가 추워서 못 갈 때가 많다. 호숫가에 가면 북쪽으로 시카고 시내가 보이는데, 그림의 떡이 따로 없다. 물론 필자처럼 시골에서 학부를 나온 사람들은 있는 것이 어디냐고 주장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알면서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구시렁거리게 될 것이다.

 

저희 학교는 캠퍼스와 주변 자연경관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조금만 걸으면 깨끗한 호수를 볼 수 있고, 평소 로망으로 간직하셨던 잔디 위에 누워 책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많습니다.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공부하면 능률도 좋겠죠?

 

–     만약 이 말을 듣고 큰 기대를 하고 온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전통 있는 캠퍼스에 조금만 걸으면 미시간 호수를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자연경관을 날씨가 허락해주는 날은 일 년의 반도 안된다는 사실. 특히 겨울에는 수업 가다가 얼어 죽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되는 날들도 있다.

 

미국 시카고 대학

담쟁이가 뻗어있는 학교 건물

 

[Anti – 시카고 대학의 항변]

 

화성과 체감온도가 같은 날이 있는 곳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바람은 또 어찌나 부는지 진짜 웬만한 구스 다운이 아니고서야 추워서 나갈 수도 없어요. 눈도 한번 오면 답 없이 내려서 학교까지 걸어가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바에 따스한 햇볕 아래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을 가겠어요.

 

–     시카고 추위는 유명하다. 근래 들어 다행히 겨울이 많이 따뜻해졌지만, 한 때 유튜브에 뜨거운 물을 창문 밖으로 버리면 눈이 되어 내리는 동영상이 유행했었는데, 그때 장소가 시카고였다. 바람도 워낙 강해서 여기 학생 필수품 중 하나가 캐나다 구스 재킷이라는…그리고 전체적으로 날씨가 어둡고 침울하기 때문에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이라면 절대 맞지 않을 것이다.

 

교수들이 공부밖에 몰라서 재미가 없어요. 제가 교수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 아닐까요? 그리고 학교 내에 재밌는 일들이 하나도 없어요. 잘하는 교내 운동팀도 없고…

 

–     하루는 수업을 듣는데 교수가 흥분하며 자랑할 것이 있다고 했다. 무언가 했더니 미국에서 제일 재밌는 학교 꼴등을 했다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꼴등에서 두 번째였던 JohnHopkin 대학에서 본교가 꼴등을 해야 할 자격이 있다며 순위를 산정한 기관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이다…이 말을 하며 행복해하는 교수를 보며 그날도 필자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교수진도, 학생도 전 세계의 범생 of 범생들만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 금요일에도 북적북적한 도서관에 적응하는데 필자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또한,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과 운동프로그램 둘 다 갖춘 몇몇 학교와 달리, 시카고 대학은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응원할 학교 운동팀이 없다. 그만큼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뭉쳐서 재밌는 활동을 할 기회가 적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낮에서 공원에서 총기사건도 일어나는 동네에서 어떻게 마음 놓고 학교를 다닙니까? 공부와 브랜드 파워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제 안전 아닌가요?

 

–     시카고 남부의 범죄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국영 미디어에서도 자주 다룰정도로,여러가지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시카고 남부에 위치한 시카고 대학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받을 밖에 없다. 학교 주변에서 안 좋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메일이 오는데, 2주에 한 번은 꼭 받는 것 같다. 핸드폰/노트북 도난부터 총기 살인 까지…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사건들이 항상 늦은 시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교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 거리마다 경찰을 배치해 어떻게든 범죄를 막아보고자 하지만, 워낙에 범 사회적인 문제라 경찰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상 통계학 석사 한 쿼터 끝낸 석사생이 생각하는 미국 시카고 대학의 장단점이다. 물론 통계프로그램에만 해당하는 장단점도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학교 전체적으로 해당하는 내용을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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