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겨울방학이 됬지만 학기가 끝났다는 기쁨도 잠시, 피로 얼룩진 성적표를 받아본 후 세상에 만만한 게 하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래도 이번 학기 배운 것이 많으니까 괜찮아! 석사는 성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유학을 반대하던 주위 사람들의 핀잔이 메아리처럼 들린다 (넌 석사 유학 가기엔 너무 늙었어~늙었어~ 늙었어~). 직장을 다니다가 다시 학교를 돌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특히나 문과 전공이 석사 때 이과로 전향하는 것의 높은 벽을 실감한 한학기. 그래도 혹시나 필자와 같은 상황을 맞이할 직장인/학생들을 위해, 면피하는 석사 수업 고르기 Tip을 공유하고자 한다.
(모든 수업을 고르는 데 있어서 기본 전제는 본인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다. 순전히 학점관리를 위한 수업을 고르는 것은 현 직장 연봉이라는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조금 더 나은 커리어를 바라보고 오는 분들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학점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다. 물론 성적을 매우 중요시하는 박사를 목표를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너 자신을 알라]
이 말을 들을 때면 소크라테스가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라는 것인지, 주제 파악을 하라는 것인지 필자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보통 이 두 가지가 양쪽 스펙트럼에 있다면, 중간 어디쯤에서 균형을 찾지만, 필자 같은 상황(공부 안 한 지 오래됐고, 본인 전공과 다른 분야)이라면 겸손함을 더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다. 필자의 학교에는 필수 통계 이론 수업이 2개 있다. 두 반 모두 같은 내용을 가르치지만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석사생들 위주로 하는 수업이고, 다른 하나는 학부생을 위주로 하는 수업이다. 이때 석사생들은 자연스럽게 전자의 수업을 듣게 되는데, 필자는 후자를 선택하는 것을 권장한다. 대부분 통계 석사생들은 학부 때부터 통계 공부를 하던 친구들이다. 그래서 아무리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더라도, 이해하는 폭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시험을 볼 때 점수로 나온다. 그렇다고 학부생들 위주로 하는 수업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필자처럼 그 수업을 듣고도 영혼까지 털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가정하고 가르치기 때문에, 수업 내용도 따라가기 수월하고, 한번 넘어지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더 있다.
[대륙의 기운을 피하라]
저번 내용과 비슷하지만, 어떤 수업을 듣기 전에 반에 누가 있고, 성적은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하라. 이과의 특성상 대부분 수업에서 아시아계의 비중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 속에서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듣는 수업을 찾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나, 이미 석사를 끝내고 온 (실질적으로 박사나 다름이 없는 페이크 석사) 친구들이 많은 반이라면, 다음 기회를 노리라고 얘기하고 싶다. 필자도 그런 수업 한번 듣다가 외계어를 보다가 온 기분이었다. 슬픈 것은 알고 보니 필자 혼자만 이해를 못하는 것이었다… 그들 눈에는 내가 외계인이겠지…
보통 시험 위주로 성적이 평가되는 수업에 외국인 비중이 높다. 아무래도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어하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같은 과 외국인에 비해 영어에 자신 있고 수학시험에 약한 편이라면, 시험보다는 프로젝트 위주의 수업을 듣는 것을 권장한다.
[교수를 파악하고 plan b를 준비하라]
학부 때 경험해서 알겠지만, 아무리 관심 있는 주제여도 교수가 못 가르치면 재미없어진다. 아무리 훌륭한 학교를 가더라도 피해야 하는 교수는 존재하기 마련. 사전에는 학교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course evaluation을 참고하고, 마음에 안들 경우를 대비해 다른 수업도 생각해놓자. 그리고 Drop/Add기간을 적극 활용해 쇼핑하듯 수업들을 돌아다녀보자. Course evaluation은 보통 상향 bias 가 존재하기 때문에, 하향 bias가 있는 ratemyprofessor.com과 대조해가면서 중간점을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필수 수업이라면, 언제 듣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가령, 지금 들어야 다음 학기에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교수가 안 좋더라도 들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교수가 좋은 학기의 수업을 듣는 것을 권장한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살까 말까]
사실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 수업에 믿을 수 있는 친구 한 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 큰 차이다. 숙제 답을 맞혀보는 사소한 것부터 시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까지 동료가 힘은 정말 크다. 특히 나오랜 기간 공부에 공백기가 있었다면, 더더욱 초창기에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첫 학기에 혼자 수업을 된다면, 빨리 친구를 만들거나 다른 수업을 듣는 것을 권장한다.
사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필자는 이것을 알고 있었어도 이번 학기를 구제하긴 힘들었을 것 같다. (통계 기본기가 워낙 약했고 필자의 학교에서는 첫해는 필수과목을 수강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진학 예정인 분들은 꼭 참고하시고 배운 것도 많고 성적표도 화목한 학기를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