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 생활 한국과 다를 바 없다?

by ThePupil
미국 회사

필자는 한국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회사 취직을 위해 시카고 대학 통계 석사를 진학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 회사에서 최고령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미국 회사 근무 첫 주 경험한 컬처 충격에 대해 정리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미국 회사 생활하면서 “그래 결국 일은 다 비슷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상황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의 유학을 반대하던 지인들의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뭐라고 했니?” 핀잔이 벌써부터 들려와 귓등이 간지럽지만 유학을 창창한 미래로 가는 꽃길이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어두운 부분들을 미리 알려드리고 싶다.

 

[어딜 가나 그런 차장님은 계신다]

 

필자의 오래된 글 “나는 동물원에 사는 낙타였다”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필자를 낙타로 비유하며 놀리던 차장님이 계셨다. 분명 한국 직장 생활 오래 하신 분들은 한 번쯤은 그런 상사를 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국 직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인턴 중에 실장급 이상이 참여하는 실장급 회의에 참석한 날이있있다. 물론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인턴이기에, 필자는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투명망토를 사용한 듯 먼지와 같은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실장급 회의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궁금했기에 회의 내용에 집중하며 열심히 필기했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회의가 갑자기 한 전무급 인사의 질문으로 카오스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 지표는 왜 0.1% 떨어진 거야?” 회의를 진행하던 대리급 인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중에서야 들은 이야기지만 1) 그 지표를 담당하던 다른 대리는 지금 인도에 3주간 휴가 나가 있는 상태였고 (미국에서는 몇 주간 휴가 나가는 것이 꾀나 흔한 일이다) 2) 그 누구도 지금까지 그 지표에 관한 질문을 한 적이 없었고 3) 이런 고위급 인사가 포함된 회의에서 다룰 만큼 중요한 지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만족할 만 대답을 주자, 그 전무는 서서히 폭발하기 시작했다.

 

(5분간 여러 가지 욕설이 섞인 말들을 한 후)

 

“담당자 누구야?”

 

“지금 인도로 3주간 휴가 갔습니다”

 

“제기랄 나라도 이런 깽판 쳐놨으면 인도로 튀었겠다.”

 

(5분간 또 구시렁구시렁구시렁)

 

결국 그날 회의를 담당하던 대리는 하루 종일 준비한 내용의 절반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필자 본인 얘기가 아니라 자세히 기술하지는 못했지만, 그 고위 인사분의 비꼬는 듯한 말투와 단어 선택은 과거 낙타 차장님을 연상하게 했다.

 

회의가 끝난 후 멘토가 나에게 찾아와 괜찮냐고 물어봤다. 회의에서 그런 말투와 언어를 듣고 충격을 먹지는 않았나 걱정한 것 같다. 웃으면서 나는 대답했다. 그런 차장님은 어딜 가나 있다고.

 

[승진은 성과에서 오고, 성과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얼마 전 미국 회사와 한국 회사의 차이점에 대해 정리한 글을 읽었는데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미국 회사는 승진에 가장 중요한 기준을 성과라고 명시한 반면 한국 회사들은 승진에 가장 중요한 기준을 태도다. 분명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라인 타기 및 눈치 보기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결국 회사에서 남들보다 성과를 인정받고 승진을 빨리 하기 위해서는 인간관계라는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턴을 하면서 알 수 있었다.

 

팀장님과의 1:1 대면 시간이 매주 있었는데 (정말 이 회사 팀장은 극한 직업 맞는 것 같다 바빠 죽겠는데 인턴과 매주 1:1 상담까지 하다니…), 성과 평가와 승진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전까지 미국 회사는 개인능력을 우선시하는 문화라는 인식 때문에 그 능력이나 성과를 공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조금 더 체계적인 평가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설명을 들은 필자는 조금 실망했다. 분기마다 평가를 하고 평가항목이 조금 달랐지만 결국 팀장이 주는 점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은전 회사와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근무 문화상 평가에 이의가 있다면 한국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팀장님과 상의가 가능할 것이라 예상은 하지만, 결국 분기 별로 시행한 크고 작은 노력들이 팀장의 인식에 의해 글자 하나로 결정된다는 본질적인 한계점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부서가 영업부서처럼 성과를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크게 느껴지는 한계다. 이러한 맹점 때문에 결국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를 다지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마무리하며..]

 

필자에게 이번 글을 쓰는 것이 유난히 어려웠다. 다른 것이 비슷한 것보다 더 쉽게 알아차리고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한 가지 현상에는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평가 제도의 비슷한 면에 대해서 기술했지만, 그 평가제도를 둘러싼 기업문화는 다르기에 오히려 차이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독자분들에게 어떤 현상에 대한 가치 판단보다는 늙다리 인턴의 미국 회사 생활에 대한 두서없는 산문 정도로만 생각하고 가볍게 읽으시길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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