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와 미국 대학원 생활의 차이점

by ThePupil
미국 대학원

우열곡절 끝에 미국 대학원 생활 두 학기가 지났다. 지친 시험기간이 끝나고 게으르게 집에서 쉬기만 했지만, 더욱더 격렬하게 게으르고 싶었기에 글 또한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올해 마지막 학기를 향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진부하게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70% 실패와 30% 성공도 후한 점수라고 생각… 한다는 암울한 말을 하고자 이번 글을 기획하지 않았기에 넘어가기로^^. 필자가 미국 대학원을 오면서 예상하지 못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문과에서 이과로 전향하면서 공부하는 방법의 차이, 학업을 중시하는 시카고 대학의 특성에서 오는 학업분위기 차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학원의 특성에서 오는 차이다. 이번 글에서는 대학원 생활과 학부 생활의 차이에 대해 곱씹어 보고자 한다.

 

[과외 활동? 먹는 건가요?]

 

일반적으로 대학원이 학부보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과외 활동이 더 적을 것이다라는 것은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적은 것이 아니라 그냥 무존재에 가깝다. 현재 60명이 있는 통계학과 석사생 중에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은 약 2명. 설사가상으로 과내 활동 참여도도 매우 낮아, 대학원 생활 동안 알게 된 사람 수가 손가락으로 꼽는다는 소문. 통계학과 고유의 특성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과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과외 활동할 시간이 없어서 관심도 없다”부터 “하고는 싶은데 대부분 학부생 위주다” 등의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

정말 지원 가능 동아리, 시간이 없을까?

공부의 양은 분명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 학부 때 보다 증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물리적인 시간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진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생들의 대부분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의 무서움도 경험했다. 그렇기에 많은 대학원생들이 본인의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아니라면, “여유” 부린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과외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여유”부리는 학생이다. 필자의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분명 대학원생만을 위한 동아리는 적지만 학부 동아리 중에 “대학원생 사절”이라고 공개적으로 공지해 놓은 곳은 없다. 다만, 학부생들이 대부분인 동아리 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고, 학부생들의 스케줄에 맞춰 돌아가기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다.

그래서 필자는 과외 활동 회의주의자들의 견해에 (시간 부족, 활동 만족도 낮음) 동의한다. 하지만, 필자는 일주일에 3,4 시간 더 공부하는 것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것에서 오는 행복감이 더 크다고 믿기에 학업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필요한 분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본인 학과에 한정시키고 싶지 않은 분이라면, 적극적으로 과외 활동을 물색해 볼 것을 추천한다.

 

[미국인지…아닌지…]

 

학부 때도 한국인 중국인 유학생 비중이 높았지만, 대학원을 오게 되면 그 비중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MBA만 미국인 비중이 높다) 이유가 어찌 됐든 외국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들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가별로 끼리끼리 노는 현상. 브라질 학생들은 브라질 학생들끼리, 중국 학생들끼리, 한국 학생은 한국 학생끼리… 타지에서 외국인끼리 몰려다니는 현상은 학부에서도,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미국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외국인이 비주류를 이루는데, 대학원에서는 반대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가 재학 중인 통계학과를 예로 들면, 총 60명 중 미국인은 6명, 중국인이 약 50명. 그 결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학생들이 학과 분위기를 조성한다. 수업 시간에 조용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매우 열심히 공부하며, 학과 이벤트 참여율이 낮고… 필자는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해서, 대학원도 비슷할 것이라고 잘못 생각했다.

미국 대학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활발한 참여, 자유로운 분위기, 잔디에 누워서 책 읽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물론 정치외교학 등 전공 특성상 토론 위주 수업이 많은 과를 진학한다면 외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더라도 활발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다만 본인이 생각하는 “미국적인 분위기”가 당연히 조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마시길.

 

[한놈만 패]

 

마지막으로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이 제한적이다. 학교마다, 학과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문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석사 과정 특성상 본인의 전공이 아닌 수업을 수강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들이 있다. 필자도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많아 통계학 수업과 함께 컴퓨터 공학 수업을 수강하고 싶었다. 하지만 통계학 전공이라는 이유로 수강 등록이 제한되거나, 가능하더라도 우선순위가 컴퓨터 공학 석사생들과 학부생들에게 주어져 수강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석사 졸업 조건을 채우다 보면 기타 과목을 들을 여유가 부족하다.

만약 필자처럼 공부하고 싶은 내용이 두 분야에 걸쳐 있다면, 반드시 진학 전 그 프로그램의 수업 수강 가능 목록을 확인하길 추천한다.(재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 Data Science 가 최근 buzz word화 되면서 많은 학교들이 그 분야에 필요한 수업들을 조합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마치며…]

 

이외에도 수업이 더 난이도 있다 등 모두가 예상 가능한 차이점들이 있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이 항상 안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면에서는 학부 때보다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진다: 비싼 돈을 주며 Mealplan이나 (아이러니하게 미국은 학교급식이 식당보다 비싸다) 기숙사에 살 필요 없고, 참가하기 귀찮은 학과 행사도 많지 않다. 결국 개인 취향이겠지만, 적어도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결정하신 분이라면 이런 부분들을 예상하고 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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