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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oo Monologue는 익명으로 제보되는 사연을, 한 배우가 독백형식으로 연기한다
여러 여성분들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고민부터 성폭행 당한 여성의 사연까지,
공개적으로 공유하기는 힘들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들이 사연을 제보한다
그 중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모든 것을 다 가진 백인 남자의 하소연이다
익명의 제보자는 남들이 모두 입사하기 원하는 M 컨설팅사 입사 예정자이다
경쟁률이 몇백대 일을 뚫고 입사한 그가 무슨 배부른 하소연을 하려고 하지? 라는 조금은 비뚤어진 선입견이 생겼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대학에서도 컨실팅은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직종이다
3대 컨설팅사 설명회를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 많은 학생들이 인사과 직원들과 예비 면접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참석한다
그래서 독백은 그런 설명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회사 설명을 회사측 관점에서 연기한다: 우리회사가 짱이니 입사지원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
그러다가 갑자기 안경을 벗으며 제보자의 관점으로 돌아가는데,
핵심은 (많의 의역하면) 이렇다:
나는 이 학교에서 열심히만 하면 내 꿈을 이루기 위한 디딤돌을 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제시한대로 공부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얻었고,
과외활동도 열심히해서 사회에서 원하는 “리더쉽”을 얻었다.
이 두 가지 덕분에 나 또한 취업 경쟁을 뚫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나는 그런 회사에 입사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물론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내가 대학생활을 헛으로 보내지 않았다는 증거이기에…
하지만 공허했다.
남들이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가진 내가
그 피튀기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내가,
그 경쟁의 승리에 집착하며, 전투는 승리하되 전쟁은 지는 실수를 범할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는 나도 똑똑하다는 소리 듣고 자랐고, 입학할 때 나는 큰 꿈을 가지고 있었고, 설레임에 가득한 신입생이었다…
입학하자마자 열심히 공부하면 이 꿈에 조금더 다가갈 수 있고, 이 꿈을 조금더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무엇을 쫓는지는 잊고, 우선 경쟁에서 살아남는게 제일 중요한 것 이 되어버렸다.
학교에서는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절대 넘어져서는 안되는 이유들만 가르쳐줬으며,
조금만 한눈 팔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다는 겁만 심어주었다.
결승선을 선두권으로 통과한 나의 희열은 잠시, 내가 무엇을 위해서 뛰었는지 잘모르겠다.
취업시장이 미국만큼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겪는 감정일 것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원하는지 충분히 시간을 주는 대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어떤길이 맞는 길인지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경쟁이라는 프레임에 익숙한 학생들은 그 길에서 순위권을 들기 위해 치열하게 뛰기 시작한다
이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그나마 낫다
이 레이스에서 뒤쳐진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은 끝없는 자존감의 위기뿐,
교육은 그들에게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알랑드 보통은 교육의 참 의미를 지식의 전달이 아닌 지혜의 전수라고 주장한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몇 %를 현재 기억하고 활용하고 있는가,
삶이라는 긴 레이스를 즐기는데 있어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준비시키는 교육이 제역할을 하는지 생각 해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