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XXX님의 H-1b 취업 비자 신청서를 승인했습니다.
군대 전역할 때도 무덤덤했던 필자가 2일 전 회사 Immigration team으로부터 H-1b 취업 비자 합격 메일을 받고 울컥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종이 쪼가리 한 장에 불가하고, 주변에 비자를 쉽게 취득하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필자의 마음이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그래서 먼저 필자와 취업 비자의 애증 관계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그대]
필자와 미국 취업비자의 악연 시작은 학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부 때 운 좋게 취업에 성공한 후, 7월 입사일을 기다리며 앞으로 다가올 불행을 인지하지 못하고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 6월 입사한 회사에서 날라온 비보: 취업 비자 신청에 문제가 생겨 입사 제의 취소.
갑작스러운 통보 후 필자는 불법체류를 피하고자 급히 한국으로 귀국하여 몇 달간 방황하게 된다. 그 이후 취직도 하고 삶의 방향을 찾지만, 여전히 그때 당시 취업비자가 나왔더라면? 라는 의문은 쉽게 지울 수 없었다.
그로부터 5년 후 통계 석사 졸업 후 재도전한 H-1b 취업 비자. 4월 초에 신청 완료하고, Lottery에서 선택받아 이번에는 쉽게 획득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역시나 그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7월에 날라온 Request For Evidence 통지서 (이하 RFE). 그렇게 또다시 짐을 싸야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틈틈이 한국 이직 시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저번주 금요일날 드디어 비자가 나의 품으로 왔다.
[H-1b 취업 비자 신청과정]
외국인 신분으로 학교 졸업 후 취직을 하게 되면 대부분 아래와 같은 비자 신청 과정을 거치게 된다.
- 학교를 통해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신청
- 입사 후 회사를 통해 4월 초에 H-1b취업 비자 신청
- 5~6월 H-1b Lottery 결과 발표
- 7월~10월 H-1b 최종 신청 결과 발표
1번 OPT는 미국 학교를 재학 중인 학생들이 졸업 후 학생 신분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학생비자의 연장이다. STEM 전공은 최대 3년, 비 STEM은 최대 12개월이다. OPT 기간 내에 학생 신분이 아닌 직장인 신분으로 미국에서 일할 수 있게 허용하는 H-1b 비자를 받아야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OPT 관련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2번 H-1b 신청은 항상 4월부터 진행된다. 가을학기 때 이미 취업에 성공한 학생의 경우, 간혹 회사에서 4월에는 아직 학생이지만 10월 전에 입사한다는 가정하에 H-1b 비자를 신청해준다. 이 경우 장점은 운이 좋지 않아 첫 도전에 비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 다음 해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학생일 때 4월에 지원해 떨어졌다면, OPT가 그 다음 해 4월 지나서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을학기 조기 졸업을 학생은 4월까지 OPT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
3번은 매년 미국 정부에서 H-1b 발행하는 숫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생겨난 제도이다. 해마다 최대 85,000명에게 H-1b 허가를 내주지만, 지원자 수는 약 200,000명에 달한다. 85,000 중 20,000은 석사 이상의 고위 학력자에게 배정된다. Lottery 진행 방식은 먼저 고위학력자 pool에서만 20,000을 선택하고, 나머지 선택받지 못한 고위학력자 + 학부 졸업자 포함해서 65,000명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석사 이상의 학력을 지닌 지원자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구직을 해보신 분들을 알겠지만, 외국인 신분으로 취직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국내로 유턴하는 경우 대부분 Lottery에서 떨어진 경우다.
Lottery에서 선택받았다면 큰 산은 넘었고, 침착하게 10월까지 나오는 최종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최근 트럼프 정부가 보수적인 이민정책을 펼치면서 한 가지 관문이 더 추가되었는데, 바로 RFE. 말 그대로 지원자에 대한 자료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자료를 요청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지원자에 의해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자국민에게 해가 가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내용이다. “America First” 를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기사에 의하면 예년과 비교해 RFE 및 H-1b 최종 거절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도 비슷한 내용으로 RFE를 받았고, 회사가 고용한 법률 사무소를 통해 대응한 결과 합격통지를 받았다.
[H-1b 취업 비자 를 받는 가장 확률 높은 길은?]
가장 쉽게 확률을 높일 방법은 석사 이상의 프로그램에서 STEM 전공하는 것이다. 위에 명시한 것처럼 STEM 전공할 경우 최대 3년까지 학생 비자로 일할 수 있고, H-1b 취업 비자를 최대 4번 지원할 수 있다. Lottery에서 떨어져서 귀국해야할 확률이 매우 낮다.
두 번째는 이민자에게 친근한 직종/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다음 방법이다. H-1b도 지원많이 해본 회사들이 잘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도 빠르다. 안타깝게도 이런 회사는 대부분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입사 경쟁도 치열하다. 좋은 회사일수록 학생이더라도 미리 H-1b 취업 비자 를 지원해준다.
마지막으로, 지원자 본인 스스로 비자 지원 절차 및 서류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자 지원 시기를 인지 못 하고 가을학기 조기 졸업을 하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학비를 절약하기 위함이라면 적극 권장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H-1b 를 성공적으로 획득했지만 필자도 여전히 Alien (영주권 없는 이민자) 신분이기에, 미국 사회에 정착하려면 영주권 신청을 해야한다. 그 과정은 더욱더 오래 걸리고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미국에 계속 남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의문이기에 그것은 나중에 걱정하기로…
필자는 운 좋게 올해가 가기 전에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주변에 결과를 기다리거나 안 좋은 결과에 대응하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도 내년에 좋은 소식이 기원하고, 이제 준비를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최대한 확률 높은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