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삼 주간 미국 인턴을 하면서 한국 직장생활과 가장 큰 차이점을 느낀 부분은 미국 기업 문화. 지난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관계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기업 문화 차이는 매일 보고 느낀다. 회의 시 팀장과 사원이 열띈 토론을 벌이고, 근무시간에 자연스럽게 헤드폰을 끼고 일하며, 자체 출근 자체 퇴근 시간까지… 그렇게 매일 새로운 광경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미국 기업 문화와 한국 기업 문화의 차이를 단순이 두 나라의 문화 차이에서 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혼자 고민하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멍 때리고 있을 때 갑자기 들어온 광경:
한국 기업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조금은 더러운? 엘리베이터 스티커다. 이것을 보고 피식 웃다가 회사 건물 인테리어와 시설이 반대로 기업 문화 차이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 인테리어/시설이 기업 문화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실내 디자인/시설]
필자가 인턴 중인 Quicken Loans라는 모기지 회사에서는 앞서 말한 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곳곳에 특이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많다. 카펫 색깔도 각 층마다 다르고, 각 자리에 이름표 대신 그 자리 주인의 큰 사진이 (여기서는 fathead라고 한다) 걸려 있다. 또한 회사 곳곳에 창의성이 돋보이는 재밌는 디자인들이 숨어 있다. 예를 들면, 회사 각층 들어오는 입구에 옷장이 있는데, 잘 보이지 않는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 대책으로 미국에서 coat checking (겨울에 식당/행사장 가면 코트를 맡아주는 서비스) 하면 받는 번호표를 옷장에 그렸다. 그 결과, 겨울에는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고…
무엇보다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회사 곳곳에 설치된 TV. 근무하는 곳에 설치된 TV는 음소거된 채로 뉴스가 아닌 스포츠 채널에 맞춰 있다. 근무시간에 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틀어 놓는지 아직까지도 필자에게 미스터리다. 심지어 화장실에도 두대의 TV가 있는데, 그나마 이 두대에서는 소리가 나와 볼일 보면서 약간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직장과 다르게 화장실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이런 특이하면서 다채로운 디자인이 회사의 관료적인 느낌을 줄이고, 재밌고 여유로운 미국 기업 문화 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책상/컴퓨터/자리]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우선 모든 인턴들에게 노트북과 모니터 2대를 제공한다. 특히 필자처럼 데이터 코딩을 하거나 자료를 보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세 가지만으로도 삶의 질이 매우 높아진다.
또한 이 회사 책상은 엘리베이터 마냥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다. 필자는 식곤증이 매우 심하다. 그래서 한국 직장 생활했을 시에도 점심을 먹고서는 항상 혼자 서서 일하거나 걸어 다니면서 잠을 깨우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인데, 이 기능 덕분에 목 아프게 아래를 쳐다볼 필요 없이 책상을 높여 앉아있을 때와 똑같이 일하면 된다. 필자가 인턴 하면서 지켜본 결과 이렇게 서있는 책상을 사용하면 사람들 간의 교류도 활발해진다. 의자라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움직임이 자유롭고, 서서 일할 경우 본인에게 질문하러 오는 사람과 눈높이가 일치하기 때문에 더 활발하기 교류하는 듯하다 (데이터 분석가지만 이 가설을 증명할 데이터는 아쉽게도 모으지 못했다).
디테일이 느껴지는 시설은 바로 책상 사물함 위에 쿠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자리에 찾아와 토의를 하게 되면 언제든지 사물함 쿠션에 앉아 편하게 장시간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런 사소한 시설/기능들이 이 회사가 추구하는 활발한 토론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탁구장, 게임기]
최근 한국에서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중용하면서 조금 상투적인 느낌이 있지만, 필자가 인턴하고 있는 회사에도 탁구장과 게임 콘솔이 설치되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많은 직원들이 두 종목을 매우 진지하게 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탁구장에 사람이 항상 많아서 예약 웹사이트와 현재 상황을 실시간 중계할 수 있는 비디오까지 설치했다. 가끔 탁구장 옆에 휴식공간에 앉아서 탁구 치는 사람들을 보면, 일을 하러 온 것인지 탁구 치러 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 게임 콘솔 역시 매층마다 있어서 점심시간 때마다 토너먼트가 이뤄진다.
회사가 이런 “딴짓”을 허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시간 활용은 알아서 하되 결과물로 판단한다. 둘째, 이런 “딴짓”이 결국 창의성을 증진한다. 솔직히 필자는 이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짧게나마 인턴을 하는 기간 동안, 이 시설들이 악이용 되는 사례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통해 이 회사의 기업 문화를 엿볼 수 있었고, 반대로 이런 활동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 문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이 글에 필자가 다니는 회사 시설/인테리어 디자인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정리했지만, 필자 개인적인 미적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모던한 느낌을 좋아하는 필자에겐 일관성이 너무 없고, 조금 산만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취향과는 맞지 않지만, 이 회사가 중요시하는 기업 문화 에 부합하는 디자인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부에 보여주기 식 시설과 인테리어보다는, 회사원들에게 혹은 기업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디자인이 중요시되어야 하지 않을까?